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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편소설_1(꿈)

알 수 없는 이유로 성인이 되고 꿈속에 갇히게 되었다.

성인이 된 첫날. 가족과 함께 성인이 된 기념으로 저녁에 고기를 먹으러 갔었다.

이 날은 나의 생일이기도 했기에 의미 있는 날이었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씻으면서

성인이 된 걸 스스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성인이 된 기념으로 술을 많이 먹어서 씻다가 필름이 끊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형에게 말했다.

 

"술 먹고 필름 끊겨본 경험 해본 거 같은데, 되게 신기하다"

"무슨 소리야 네가 술을 어떻게 먹어"

"나 이제 성인 됐으니까 먹을 수 있잖아?"

"이제 막 성인 됐는데, 네가 전까지 술을 어떻게 먹어?"

"우리 같이 어제저녁에 밥 먹으러 나갔잖아?"

"어제저녁에 집에만 있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나는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갔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아해하며 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날짜를 봤다.

20xx 년 4월 12일.

내 생일이었다. 분명 어제가 내 생일이었는데, 왜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거지?

의아해하는 나를 보고 형은 말했다.

 

"너 꿈꾼 거 아냐? 꿈을 되게 진짜처럼 꾼 거 같은데"

 

정신이 아득한 느낌이 든 이유가 꿈에서 깨기 전이어서 그랬던 걸까.

나는 다시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다시 나는 집으로 돌아와 씻었다. 꿈속에서 했던 것처럼.

그런데 또다시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다시 일어나 계속 전과 같이 행동했지만

다음도, 그다음도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날짜는 항상 20xx 년 4월 12일이었고,

모두 꿈이었던 것이다.

나는 꿈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기 시작됐다.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해 보자"

 

다시 일어난 나는 똑같이 밥을 먹으러 나갔다.

하지만 다른 점은 집으로 돌아올 때였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이 있는 124동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도서관이 보이는 왼쪽길로 가거나

학교가 보이는 오른쪽길로 가거나.

 

나는 내가 졸업한 학교가 보이는 쪽으로 갔다.

다음날 내가 어느 쪽 길로 갔는지 가족에게 물어보고

내가 간 길과 같은 답을 한다면 꿈속이 아닌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 나는 씻고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니길.

지금 자고 일어나면 꿈속이 아니라 현실이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형에게 찾아갔다.

 

"형 내가 어제 무슨 길로 갔었는지 기억나?"

 

형은 말했다.

"너 오른쪽 길로 갔었잖아.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다행이다. 이번에는 꿈이 아니었다.

날짜도 다행히 4월 13일이었다.

 

"이번에는 진짜였어. 다행히 현실이야!"

 

안도하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나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현실인게 확실해졌지만, 오늘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나는 다시 두 갈랫길을 찾아갔다.

 

왼쪽 길에는 학교가, 오른쪽 길에는 도서관이 보였다.

이상했다. 분명 반대여야만 했다.

 

나는 형에게 찾아가 물었다.

 

"형 갈랫길에서 왼쪽에 뭐가 보였더라?"

"학교가 보이지. 너는 네가 졸업한 학교 위치도 까먹은 거야?"

 

아니다. 왼쪽은 분명 도서관이다!

 

또 꿈속이었던 것이다.

 

"꿈 속이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제야 생각났다. 꿈 속이라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각을 해보았다.

날 수 없었다.

 

"왜 날 수없지? 분명 여긴 내 꿈이잖아"

 

나의 꿈인데, 내 맘대로 할 수없다니.

현실이랑 다를 게 없었다. 달랐던 것은

꿈 속이니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걸 깨달은 나는 그냥 꿈속에 갇혀 살기로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어떤 내가 되어야 할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같은 고민은 접어두고

하고 싶은 취미를, 운동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침대 위에 누워 있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가던 와중, 한 게임채널을 발견했다.

 

"도피의 게임? 이름이 만화 캐릭터 같네"

"대부분 내가 하는 게임들이네? 재미도 있고, 자주 봐야겠다."

 

이 채널을 발견한 후로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채널의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냈다.

취미 생활을 하지도 않고, 단지 게임만 할 뿐이었다.

 

"이제 지루한데.. 또 뭐 할 거 없나?"

 

하루를 게임만 하며 보내다 보니 이제는 게임이 지겨워졌다.

할 게임이라도 추천받기 위해 도피의 채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채널에서는 내가 고등학생 때 하던 게임 플레이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이거 내가 한 건데..?? 어떻게 이게 영상으로 찍혀있지?"

 

의문을 가지며 영상을 더 뒤져봤고, 거기서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볼 수 있었다.

 

"잠깐, 지금 보니 이 영상들 전부 내가 게임을 하는 모습들이잖아?"

"이 채널이 내가 만든 채널이라고? 그럴 리 없는데?"

 

꿈속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걸까.

이제는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사실을 알기 위해 영상을 더 뒤져봤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나의 어릴 때 놀던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제야 나는 이 채널이 나의 인생에서 재밌었던 순간들을 담아놓은 채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설마 도피의 게임의 도피가 현실로부터 도피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그리고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 생각을 통해 내가 꿈속에 갇힌 이유를 알게 되었다.

 

꿈속에 나를 가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성인이 된 후 미래에 대해 불확실함과 걱정에 휩싸인 나는

스스로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꿈속으로 도피한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자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날짜를 확인했다.

4월 12일. 내 생일이다.

밖으로 나가 두 갈랫길에서 보이는 건물들도 확인했다.

전부 일치한다. 진짜 현실이다.

이제부터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

힘든 시련들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꿈에서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